이런저런이야기

제3의 길 윤여준 이야기

달이선생 2011. 11. 17. 23:12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사람 사는 곳곳에 뛰어난 사람이 있다.).. 시민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정당정치의 한계와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참여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는 확신이 점점 더 해가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정치의 척도를 말한다. 그 상수를 만난다.

 

  2011년 9월 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배재정동빌딩에 위치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민주시민 아카데미가 있었다.

  민주시민 아카데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강연자를 모셔 강좌를 하는 시민 강좌이다.

 

 

 

  강좌에는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자 윤여준 선생의 이력은 독특하다. 동아, 경향 정치부 기자로 시작해서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 김영삼 정권까지 공보 관련 공직 및 정부요인으로 활동하였고 특히 16대 한나라당국회의원, 한나라당여의도연구소 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 1위인 안철수 교수, 시골의사 박경철 등과 '2011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열고있다.

 

  이력에서 보여지는 강연자 윤여준 선생에 대한 생각은 뭐라 단언하기 모호하다. 줄곧 차근차근 밟아왔던 길은  오늘 자칭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왔던 길이었고 최근에 행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진보로 전향한 것인가? 또는 어떤 무슨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인가 등등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강연장 민주(당시 강연장은 이름이 없었으나 민주화기념사업회의 공모로 시민강좌를 여는 강연장인 이 교육장에 '민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에서 만난 윤여준 선생은 소탈했고 겸손했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것은 우리 나라 헌법에 대한 이해가 정말 높은 건전한 정신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윤여준 선생은 말했다. 우리 한국사회는 지금 위기이다. 이 위기는 누군가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로부터 시작된 위기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제3의 길이라고 했다.

 

  제3의 길은 무엇인가? 일찍이 서구사회에서는 화두를 넘어서 현재는 보편적인 조류이다. 실례로 20세기 들어 영국은 줄곧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체제로 굳어져 확실한 이념으로한 정치적 상황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양당 구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정치적 이념과 그에 따른 정책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연이어 집권한 노동당이 진보좌파정당이면서도 영국 보수당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미국과 공조하며 더욱 더 친시장정책을 하였다. 이는 이미 이념을 넘어서 정책적 공조내지 방향을 가져가는 모습이 양단의 정치논리와는 다른 시대적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며 정치에 여실히 드러난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윤여준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 '균형과 합리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한다.

 

  오늘 한국사회는 보자 우리는 어떤가? 아직도 온오프라인에서 '빨갱이', '미제앞잡이' 등등 현재 우리는 때아닌 이념갈등에 국민분열을 겪고 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갈등이 순수정책적 논의에서 난데없이 빨갱이라고 매도하는 이야기들 즉 현재의 위기는 우리의 분열과 갈등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합리적으로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폭발 일보 직전의 위기 앞에 있는 것이다.

 

  윤여준 선생은 말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제3의 길이고 다원사회 속에서 우리의 생각은 균형과 합리를 가져야 한다."라고 이와 같은 이야기는 누군가

  "선생님은 한나라당 당직자와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친 사람으로 수구보다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질문하자

  "진보, 보수라 구태여 나누자면은 난 균형과 합리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균형은 진보나 보수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대립하는 것이 아닌 상호 견제하면서 보수 기득권과 진보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진보는 보수가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통해 사회안정성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 진보세력의 진정한 역할이자 가치이다. 이와 같은 기능은 순환론적 관점에서 진보가 결국 개혁세력이 되고 개혁을 주도하면 다시금 사회의 기득권이 되면서 보수가 되듯 늘 진보세력은 보수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윤여준 선생은 우리 한국사회을 진단하면서 우리 한국사회에서 보수는 아쉽게도 성찰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반면에 진보는 노무현 정권이래 많은 성찰을 했고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적 길을 갈망하고 있다. 그건 보수의 대명사인 한나라당 정권이 진보 정권의 실정을 통해 집권하였지만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고 느끼게 되는 정치적 무능함이 결국 실질 정치적 활동에 무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것은 우리 정치권의 혁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사람이나 같은 시기 같은 생각, 가치, 생활을 공유한 이들이기에 큰 변화라는 것은 애시당초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따라서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양자를 균형있게 바라보고 합리적으로 의사도출과 결정을 하는 민주적 합리성을 살려 사회 공공성을 실현해야 하는 것이 제3의 길이라고 말한다.

 

  오늘 우리들은 극도로 국가를 불신한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통해서 보듯 국민은 국가가 우리 지켜준다고 생각할 수 없고 구제역을 통해 사회안전망이 기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국가의 역할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성원인 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게 되는 동시에 우리 공동체의 해체가 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를 대변하고 있는 현 대통령 이명박은 내각인사에서 강부자 고소영이라 이야기되듯 대통령 주머니속 인사와 대통령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정치관여가 만사형통(만사가 형에게 통한다.), 만사형결(만사형이 결정한다.)이라는 조어를 만들면서 공직자의 인사에 사적인사가 깊이 개입하였고 공직투명성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는 공공성의 파괴로 이어져 한국사회의 큰 위기가 되었다라고 윤여준은 진단한다.

 

  선생은 말한다. 새 대통령의 역할은 진정한 민주주의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제도 중에 제도이자 공공성의 상징이고 국가제도의 수호자여야 한다. 이는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고 세금과 병역 등 강제력을 통해 국민에게 군림하고 있는 현실적 권력관계에서 필요한 것으로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사적 소유하는 권력사유의식을 버려야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민각자의 의사와 집단간 의사 결정과정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통감하고 균형과 합리로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자신 스스로가 민주적 가치가 내면화되어 체질된 삶을 사는 사람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주권재민이라고 머리로만 이야기는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서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이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과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완성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그 역사는 단순히 몇사람의 노력으로만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만 하더라도 권위주의 시절 독재권력에 맞서 싸운 투사지만 그들 스스로 그 권위주의를 타파하지 못했다.

  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권위를 넘어서는 폭력의 시대였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났고 독재권력에 맞서 민주투사로 살면서 그들 스스로도 독재권력과 상대할 수 있도록 조직을 체계화하면서 권위주의적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한계, 이는 한국시민사회와 의식, 정서의 성장과 달리 현실권력의 질적 성장이 따라가지 못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혼란이 초래되고 있었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한국민주화는 많은 진척을 이뤘다. 특히 권위주의가 두드러지게 해소되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한발짝 더 나아가 권위가 없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동기가 결과를 정당화한다.'라는 말처럼 진보세력의 가장 우려되는 정책적 잘못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선의에 찬 우행(愚行)은 악행(惡行)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 참여정부의 한계는 이명박 정권의 등장을 초래 하였다. 마치 조선조 정조의 준론탕평이 정조가 죽자 안동세도정치를 낳았듯이 말이다.

  이러한 시기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과 소통보다는 목적중심의 747공약을 내세우고 여러 정책을 시행하면서 특히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이라고 이름을 바꿔 실시하고 친기업정책, 부자감세 등을 막힘없이 추진하는 데 보이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의 논리는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합의, 논의는 필수불가결한 원리이다. 효율성에서 이와 같은 수단을 불필요하거나 비효율로 치부한다면 스스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도외시 하고 깨는 위험한 처사가 된다. 이러한 막힘없는 행보는 그간 촛불시위 등 반국민정서를 극대화했고 오늘날 이명박 정권을 불신하는데 커다란 불씨가 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사회의 막중한 과제는 헌법을 잘 이해하고 민주적 가치가 내면화 되어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통령과 우리의 과제는 정치의 민주화와 못지 않게 경제의 민주화가 절실하다. 국민통합의 열쇠는 경제의 민주화없이는 실현될 수 없는 과제라는 것, 일찍이 맹자는 " 항산(恒産)에 '항심((恒心)이 있다"라고 했다. 일정한 물질적 토대가 있어야 도덕적 항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듯 한국민주화에 있어서 특히 경제적 민주화가 절실한 것은 여기에 있다.

  또한 우리 민주화의 걸림돌은 항상 그렇지만 북한의 문제이고 그 북한의 문제는 우리 역사의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원한 것도 아니지만 외세의 작용과 원인으로 민족대결이자 커다란 재앙인 한국전쟁을 야기하였고 우리 민족분단의 고착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우리의 커다란 장애이자 비극이다. 세간의 빨갱이 이야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현재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이념과 색깔론을 쉽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이념과 원리에 대한 학문적 이해는 매우 낮다.)

 

  제3의 길은 보수와 진보를 논하고 나누는 정치가 아니다. 구태의연한 이념의 대립이 아니다. 다원사회에서 서로 각자의 이야기와 의견을 존중하고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합일하는 가치 바로 '균형과 합리의 길이다.'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교수의 정계 입문이 저울질 되던 때 글을 쓸까 망설였다. 설왕설래 하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안철수 라는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의 등장과 박원순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분명하게 전하는 메세지가 바로 윤여준이 말하는 '제 3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세간에 인기리에 청취되는 '나는 꼼수다.'에서도 이야기가 됐듯 윤여준에 대한 평가는 '건전한 보수', '진정한 보수'다. 그가 말하고 실천하려는 것은 결코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데 불필요한 것이 아닌 우리가 현재 가야할 우리의 길, 좌우로 편향되어 한쪽으로 내몰린 길이 아닌 너나가 함께 가는 우리의 길이라는 것이다. 도올 선생이 고전 중용에서 이야기했던 길이다. 작은 실천이 세상의 큰 변화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달이병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