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서울대공원을 가족들과 나들이 했다.
서울 정궁인 창경궁이 순종의 명으로 공원화가 되어 창경궁이 되었다. 아버지 고종에 대한 효심으로 시작된 일이 일제가 대규모 공원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이 개장하는 등 궁궐로서 면모를 완전히 잃어 버렸다.
다행히 1984년 국민들의 열망으로 창경궁의 복원이 확정되고 서울 인근 과천으로 서울대공원을 만들고 그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서울대공원의 가장 명물은 한국 호랑이와 표범이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범이라고 불린 해수로 호환으로 불린 친숙하지만 무서운 동물이다. 이러한 호랑이에 대한 다산 정약용의 시가 흥미롭다.
오월에 산이 깊고 풀숲이 우거지면 / 五月山深暗草莽
호랑이가 새끼 치고 젖을 먹여 기르는데 / 於菟穀子須湩乳
여우 토끼 다 잡아먹고 사람까지 덮치려고 / 已空狐兎行搏人
제 굴을 벗어나서 마을에서 설친 통에 / 離棄窟穴橫村塢
나뭇길도 다 끊기고 김매기도 못하고서 / 樵蘇路絶藨蔉停
산골 백성 대낮에도 방문을 굳게 닫고 / 山氓白日深閉戶
홀어미 된 자 슬피 울며 칼 꽂을 일 생각하고 / 嫠婦悲啼思剚刃
용감한 자 분이 나서 활을 당겨 잡으려 들면 / 勇夫發憤謀張弩
그 소식을 들은 현관 불쌍한 맘이 들어 / 縣官聞之心惻然
졸개들을 동원하여 범사냥을 나서란다네 / 勅發小校催獵虎
앞몰이꾼 나타나면 온 마을이 깜짝 놀라 / 前驅鑱出一村驚
장정들은 도망가 숨고 늙은이만 붙들리는데 / 丁男走藏翁被虜
문에 당도한 졸개들 무지개 같은 기세로 / 小校臨門氣如虹
호령하며 몽둥이질 빗발치듯 하기 때문에 / 嘍囉亂棓紛似雨
닭 삶고 돼지 잡고 이웃이 떠들썩하게 / 烹雞殺猪喧四隣
방아찧고 자리 깔고 야단법석이 난다네 / 舂糧設席走百堵
꼬부라진 코가 되게 취하도록 퍼마시고 / 討醉爭傾象鼻彎
군졸들 모아놓고 계루고를 쳐대는데 / 聚軍雜撾鷄婁鼓
이정은 머리 싸매고 전정은 넘어지고 / 里正縛頭田正踣
주먹질 발길질에 붉은 피를 토한다네 / 拳飛踢落朱血吐
호랑이 가죽 들어오면 사또는 입 벌리고 / 斑皮入縣官啓齒
돈 한푼 안 들이고 장사를 잘 했단다네 / 不費一錢眞善賈
애당초 호랑이 피해 알린 자가 누구더냐 / 原初虎害誰入告
주둥이로 까불다가 뭇사람 노여움 샀지 / 巧舌喋喋受衆怒
맹호에게 다쳐보았자 한두 사람이 고작일 텐데 / 猛虎傷人止一二
천백 명이 그 괴로움 당할 것이 뭐란 말인가 / 豈必千百罹此苦
홍농에서 물 건너간 일 듣기나 했다더냐 / 弘農渡河那得聞
태산에서 자식 곡한 일 그대는 못 보았나 / 泰山哭子君未覩
선왕들은 사냥을 해도 제각기 때가 있어 / 先王蒐獮各有時
여름철에는 안묘이지 군사훈련 아니었네 / 夏月安苗非習武
밤에도 문짝 치는 가증스러운 그 관리들 / 生憎悍吏夜打門
남은 호랑이 두었다가 그들이나 막았으면 / 願留餘虎以禦侮
다산시문집 제5권 / 시(詩) 호랑이 사냥 노래[獵虎行]
국가에서나 마을에서나 호랑이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큰일이다. 그러나 다산의 시에서 꼬집듯 호랑이보다 관이 나서서 호랑이 잡겠다고 설쳐대는 통에 끼치는 폐악이 범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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