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이야기

화성시 덕리 장승 조각 고수

달이선생 2022. 5. 9. 23:00

인생도처유상수

(人生到處有上手)

 

살다보면 우연찮게 고수들을 보게 되는데, 화성시 봉담읍 덕리에 있는 서봉공방(권혁구)이 그렇다.

덕우저수지 한켠 우뚝 솟은 서봉산은 명산이다. 산림욕장도 잘 되어 있고 산도 험하지 않아 평일이든 휴일이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곳을 오르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는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장승길이다. 이 장승길은 숨은 고수 토박이 권혁구 선생님의 만든 것이다. 전문작가도 아닌 마곡사에서 본 장승에 빠져 지난 20여년을 장승과 솟대 만들기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사정으로 잠시 손을 놓고 있지만..

그이의 손이 닿은 장승 하나하나가 생김새가 다르고 우리네 해학이 묻어 있다.

 

"저 밭 가운데 솥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아쇼?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만"

 

밥이 최고라고 생각으로 솥을 세웠다니 재밌는 분이다.

오랜시간 작품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힘도 받았지만 상처도 일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생각하던 바를 장승에 새겼으니 이름하야

 

"아가리조심"

 

식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봉산 오르는 길이 모두 자기의 길문을 넘어 지나가기에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이 모두 내 손님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분 정말 넉넉한 품성의 달인이다. 기계면 기계, 악기면 악기 손재주가 남달라 일분일초도 헛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작업공간이자 취미공간인 창고를 새로 잘 지을 수도 있으나 지금처럼 허름한 것이 나이먹는 거 같아 더 좋다는 그이..

쉰살로 보이나 예순이 넘어 여섯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원한다.

 

집 대문이자 서봉산 오르는 길목의 장승. 이곳을 지나는 길손은 모두 서봉공방의 손님이다.
우체통 장승으로 우체통 안에 새가 알을 까아 따로 우체통을 달았다.
200년도 더 됐다고 하는 대포 바퀴. 나무 바퀴가 상당히 정교하고 튼튼하게 고안됐다. 특히 높은 하중을 견디게 하고자 세심하게 징이 박혀있다.
옛날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달구지 바퀴다. 우리 이웃 동네 감나무집 할아버지가 달구지를 몰고 이리 저리 다니시다 잘 태워주셨던 옛 생각이 난다. "아이들이 인사를 잘 한다."고 칭찬 마다 않으신 그이..
"밥이 최고야"
작동 가능한 물레방아
무쇠를 다뤄 직접 만들었다는 종. 길손 중 아이들이 치라고 만들었다는데 어른이들이 더 친다.
서봉공방 마당 한켠에 장승이 되고자 시간을 보내는 나무들.. 장승 만드는 줄 알고 지인들이 가져가라고 해서 모셔두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