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샘의 역사나들이(답사)

이숙번 묘 및 신도비(시흥시 향토유적 제18호)

달이선생 2018. 8. 13. 14:00

 

이숙번 묘 및 신도비

시흥시 향토유적 제18호

 

  "수리산에서 나오 맥 중에 서쪽으로 간 것이 가장 짧은 줄기이다.  안산(安山) 바닷가에서 그쳤는데, 경성 공경가(公卿家)들의 조상 묘가 많다. 또 서울과 가깝고 생선과 소금이 풍부하므로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도 많다."-택리지, 수원부 중

  택리지에서 언급하였듯이 시흥시의 옛 권역인 안산에는 서울의 유력한 양반사대부가의 무덤이 즐비하다. 시흥시 소재 문화유산에도 조선 시대 임금의 국구(장인)였던 이름난 인물이 3명이나 된다.(류자신, 한준겸, 장유) 이처럼 공경가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인물이자 유명인의 무덤인 이숙번의 묘도 시흥시에 있다.

  물왕저수지에서 금화로를 타고 안산시 화정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시흥시 산현동 골월 입구 우측 도로가에  이숙번의 묘소를 알리는 표지판과 종손 집이 나온다. 좌측 구릉의 중턱에 동향으로 이숙번 묘가 자리한다. 묘역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 아래 1958년에 조성한 귀부개석(龜趺蓋石) 양식의 비(강희맹 지음)와 1996년에 설치한 안성이씨5세8위설단비(安城李氏5世8位設壇碑)가 있다. 

  묘역에는 장명등과 문인석 2쌍의 옛 석물이 남아 있으며, 봉분은 직사각형(가로 303cm 세로 393cm)의 옛 호석이 설치되어 있다. 장명등은 조선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화창(火窓)은 앞뒤로 2개를 마련하고 중대석에 길상문(吉祥紋)을 조각하였다. 사모지붕은 없어져 새로 보수한 상태이다. 문인석(안쪽 문인석 높이 167cm, 바깥 문인석 높이 170cm)은 건원릉(健元陵)과 헌릉(獻陵)의 문인석 양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으로 머리 위에는 복두를 쓰고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 양손은 옷소매로 덮혀 홀을 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봉분 위로는 1996년에 설치한 안성이씨5세8위설단이 위치한다.

  이숙번(李叔蕃, 1373-1440)은 조선 최초의 문과 급제자이면서 문신이지만 지안사군사(知安山郡事)로 있을 때,  태종을 도와 제1차 왕자의 난을 성공시킨 태종의 측근이다. 이러한 연유로 안산, 즉 시흥지역과 인연이 되었다. 공신 이숙번의 장원인 이곳은 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회안대군 이방간이 유배되기도 하였다. 태종의 무력기반으로 이숙번의 영지이니만큼 회안대군을 감시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숙번의 장원은 그의 묘와  이웃한 연성동의 법정동인 하중동과 하상동까지 뻗어있어 이숙번의 외손자에 해당하는 강희맹이 그의 일부 장원을 상속하였다. 그래서 강희맹 자신의 묘자리를 쓰는 한편, 딸들에게도 물려주어 사위 권만형(관곡지와 그 일원, 안동권씨 화천군파)과, 김성동(구안동김씨, 능곡동 유잠의 외할아버지)의 묘소가 각각 위치한다.   

 

참고 :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재연구원, 시흥시 '시흥시의 역사와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 기전문화재연구원 학술총서 제2집(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