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민들레..
참 생소하고 신선한.. 뭐랄까 아무튼 생각이 많이 되는 공간이다.
공간민들레라는 말이 많이 생소할지 모른다. 아니 '민들레정토'라는 카페를 말하는 거라고 오인할 수도 있는데 카페와는 거리가 정말 먼 공간이다. 여기서 공간이라는 말을 의식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이곳은 정말 공간이다. 바로 대안교육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공간..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공간민들레를 찾은 것은 다름 아니라 2011년 4월 1일 일본의 대안교육을 하는 자유학교 방문단 선생님들과 간담회가 있어서이다. 우리나라의 대안교육운동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1차적으로 탈학교 친구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후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교육적 접근으로 많은 학교들이 만들어지고 교육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적은 나이에 국가가 설립인가를 내준 두레자연중학교(현재는 특성화중학교)와 미인가 대안학교인 마리학교를 두루 거치면서 대안교육에 몸담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제정구기념사업회에서 저소득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일선 현장을 대변하고 대안교육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대표적인 단체를 소개한다면 단연 대안교육연대일 것이다. 이번 행사도 대안교육연대가 주최가 되고 대안교육격월간지인 민들레출판사, 그리고 대안학교이지만 탈학교의 신선함을 주는 공간 민들레가 장소를 제공하였다.
그 덕에 간담회인데도 불구하고 학교탐방이 되어 버렸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동교동2길 쪽으로 가다 길을 건너서 100여미터 가면 왼쪽으로 벽돌식 단독주택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공간민들레다.
대안교육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충격적일 수도 있다."아니 이게 어떻게 학교야"라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소수의 학생들과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복무했었던 강화도의 마리학교 역시 한적한 시골농촌의 한옥의 농민교육관을 임대하여 열댓명의 학생들과 함께하였었다. 그래서 재정적으로나 시설면에서 많은 어려움에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대안교육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런대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가된 이우중고등학교, 산마을고등학교, 두레자연중고등학교, 한빛고등학교 등 안정적이고 쳬계화되어 입소문이 널리 퍼진 학교들이 대안학교의 전형으로 오인되는데 이들 학교는 대안교육을 특성화하는 특성화학교들이다. 따라서 대안교육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이들 학교는 명성답게 훌륭한 교육과정과 운영, 교육시설 등 눈여겨 볼거리가 많고 최근 경기도교육청에서 김상곤 교육감을 중심으로 혁신학교 정책을 하는데 모델이 되기도 한다.(법적으로 일반 사립학교) 그래서 대안학교하면 의례 이들 학교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대안교육 현장의 많은 학교들의 처지가 이들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 있다.
그래도 미인가로 나름의 대안교육적 영역을 차분히 밟아가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학교들이 있는데 남양주 산돌학교, 제천과 금산의 간디학교, 의왕의 배움터길, 초등의 여러 자유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학교들은 정부의 인가도 받지 않고 재정적 도움없이 학교와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이들학교와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는 여러 사회단체와 지역을 기반으로 각 학교마다의 특성을 살려 개성적이고 독특한 청소년 대안교육을 하고 있는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학교들을 대표하고 의견을 모으는 곳이 대안교육연대의 활동이다.
대안교육연대의 대표인 김경옥 선생은 대안교육격월간지인 민들레를 출판하고 있고 그곳에 공간민들레와 함께한다. 일본의 자유학교 선생님들과의 간담회를 소개하기 앞서 본의 아니게 학교탐방이 되었던 공간민들레를 잠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간민들레가 혁신적이고 진보적이라고 이야기 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대안교육운동도 그 역사가 길어지면서 대안교육 특유의 참신성이 떨어지고 기성화되는 단면을 볼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있다. 그래서 특히 대안교육계에서는 학교라는 명칭보다는 현장, 교사보다는 스텝 등, 권위적이고 인위적인 차별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런 것을 적극반영하여 실천하는 곳이 공간민들레일 것이다.
공간민들레는 대안학교지만 학교가 아니다. 정말 청소년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고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이 점이 놀라웠는데 사실 대안학교들이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대안적 활동을 모색한다면 변화대는 사회에 능동적이고 유연한 방법을 찾는게 대안은 아닐까 생각했던 차에 참 신선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다. 모두가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더 행복하다. 일반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아침 일찍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허겁지겁 학교로 향하는 모습.. 늦은밤 골목길을 터벅터벅 힘없이 올라다니는 모습들.. 참 답답했다. 얼마나 힘들까..
시골에서 자란 나는 대안학교도 몰랐고 대안교육을 접한 적이 없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면서 괴롭고 힘들지 않았다. 옆에 앉은 녀석은 멀리는 꼬맹이 때부터 친구이고 가깝게는 중학교에서 다 친구가 된 녀석들이라 우리는 서로가 경쟁상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촌놈들이 서로 경쟁해봤자지 않는가
그런 친구들과 인간적인 정서가 많은 선생님들.. 시골 선생님이 무엇을 바라겠는가 바란다고 우리가 줄 수도 없는데 그러니 자연히 사제관계는 꼬일 빌미가 적었다. 그래서 나의 학창시절은 힘든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이 더 많다. 요즘 학생들이 혼나고 맞는다는 것으로 많이 우려들을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많이 맞았다. 맞았지만 선생님이 밉거나 싫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모두가 인간적이었다. 때리는 선생님도 감정적인 순수한 사람이고 맞는 우리도 기꺼이 수긍하는 뻔한 촌놈들.. 다 추억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일반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매우 힘들어보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길이 있음을 알았다. 그게 바로 대안교육, 대안학교이다.
공간민들레는 정규학교처럼 빡빡한 시간표로 운영되지 않는다. 정말 자유로운 몇몇수업을 선택으로 묶어 학생 스스로가 선택하고 그 시간에 와서 수업을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외의 시간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활동한다. 그 점이 참 새롭다. 언제적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을 시간과 공간에 가두어 옥죄기 시작했다. 거기에 모자라 시험이라는 장치로 정신적으로도 묶어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사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위치는 유교사상에 따라 매우 엄격하여 부자유스러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현대 우리들이 더욱 부자유스럽다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청년들의 자유는 요즘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율곡 이이 선생도 요즘으로 치면 고등학교 시절 전국을 유람하고 금강산에 들어가 불교경전을 독파했다. 비단 양반이었던 율곡의 사례 뿐 아니라 역사기록을 찾아보면 놀랍도록 자유로운 청소년기의 활동들이 보여진다.
이러한 자유가 있는 곳, 공간민들레다. 교사도 교사라 불리지 않고 별명과 함께 길잡이라고 불린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사제라는 엄격함이 부드러운 인간관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 공간에서 이 공간을 아끼고 잘 쓰고 꾸미는 것은, 교사, 학생의 문제가 아닌 우리, 그리고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너무나 신선했던 공간민들레.. 더 많이 알고 싶고 궁금했는데 일정이 있는 관계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방문해도 될까요?"
물으니
"예 물론이죠 특히 여느 밥해주시는 분이 할머니신데 음식맛이 아주 좋아요 점심 때 오세요 아이들과 오셔도 되고 혼자 오셔도 되고"
공간민들레 길잡이 선생님의 흔쾌히 받아주시니 웃음이 절로 난다. 정말 좋다. 공간민들레~~
위에서 말했듯이 공간민들레를 찾은 것은 일본 자유학교 선생님들의 방문에 따라 간담회 일정 때문이었다. 특히 나는 일본의 대안교육을 얼핏 들었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었고 실제 일본인 선생님을 통해 듣고 싶었다.
간담회는 주제를 가지고 통역을 통한 의사소통을 했다. 아무래도 언어적 소통의 제약이 있던지라 이야기의 전개가 그리 빠르진 않았다.
간담회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아동중심주의교육'에 대한 논의였고 한일각각 어떻게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는지 발표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간디학교가 선택과목과 휴일이나 평일 자유로운 외출 등을 실천한다는 사례발표가 있었고 일본은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교육권에 대한 선언문 작성 등 자발적인 활동들을 하였고 특히 사이타마에서 오신 선생님이 우리의 자치회의 같은 회의를 한 장소에서 모두가 모여 하는 것이 아닌 5개 정도의 방을 나누고 어느 방이나 인원에 맞게 들어가서 자유로이 의사전개를 하였더니 저학년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의하면 누구나 큰 장소에서 다같이 한다는 것을 평등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회의는 다수나 특정인의 의견몰이 등 그 문제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회의를 하면 글쎄 좀더 자유롭고 허심탄회한 회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방식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없어서 현장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본의 선생님들도 우리들처럼 늘 새로운 뭔가를 만들고 적용하고 열정적으로 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논의 말미에 사실 이 아동중심주의라는 말도 잘못 아닌가 누구누구의 중심이 있나 개인 모두가 중심이고 학교는 학생들이 당연히 중심이지라는 말을 볍씨학교에서 오신 선생님께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참으로 공감이되었다. 내용상 한쪽 측면이 좀 더 고려될 때도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것을 구분하고 분류하여 그게 교사니, 아동이니 하면서 논쟁하는 것이 어쩌면 불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철학을 부정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그저 짧은 소견에 짧은 잔상에 불과하니..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다. 일본 대안교육이 현재 미등교 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정부의 여타 재정지원없이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현재 그와 같은 처지를 일본 의회를 통해 법제화하여 대안교육의 재정적 지원을 합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본선생님들은 일부 잘 운영되는 대안학교들을 보고 너무 학교가 잘된다. 부럽다. 그리고 정부가 이렇게 대안학교를 지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사실 이 점은 위에서 말한대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현재 그와 같은 합법적 법적지위를 얻고자 일본처럼 우리도 애쓰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였다.
대안교육연대 이치열 사무국장이 "다음에 오시면 힘든 학교만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는데 웃었지만 뒷맛이 개운친 않은 씁쓸함이 남는다.
그리고 한가지 일본 선생님의 말씀 중에 "한국이 우리보다 대안교육이 발전해서 눈으로 보고 배우러 왔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생각한다. 발전.. 어떤 것이 발전이 되고 퇴보일까라는 생각이다. 시설과 지원, 사회적 저변이 넓어진 것이 발전이라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입시학원 같은 학교나 교회학교들..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 그리고 일본이 현재 미등교학생들에 국한된 자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정된 모습이 정말 사회적 담론이 덜 성숙하고 덜 발전된 모습일까?
시대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어느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발전과 퇴보를 말하기 전에 우리가 처한 시대와 사회, 이 공간에서 우리의 가치를 생각하고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한 자기 헌신과 동력이 중요한 게 아닐까 '늘 깨어 있으라'처럼 지금을 자각할 수 있는 내가 서는 이곳이 내일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의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참고]
대안교육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참고가 될 정보입니다.
공간민들레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203-48
전화 : 322-1318
홈페이지 : http://www.flyingmindle.or.kr
대안교육연대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468-31
전화 : 02-322-0190
홈페이지 : http://psae.or.kr
민들레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203-48(공간민들레2층)
전화 : 02-322-1603
홈페이지 : http://www.mind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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