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이야기

[전시] 고창수의 한국 정치인 108人展

달이선생 2011. 3. 31. 21:59

 

 

  봄햇살이 움트는 요즘 인사동을 찾았다. 제정구기념사업회 박재천 상임이사님이 사모님과 제정구 선생님의 사진이 전시된 전시회를 가신다고 해서 따라나선 길이었다. 전시회는 사진작가 고창수 선생이 연 것으로 1997년 '한국의 유명인사 108인전'을 열었고 2011년 3월 30일 오늘 '고창수의 한국 정치인 108인전'을 한다.

  북적거리는 인사동의 사람들.. 이곳저곳에서 우리말과 다른 일본어며, 중국어며, 영어 등 내가 선 이곳이 정말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실타래같이 뽑아 견과류를 속을 넣어 맛깔스럽게 만든 엿을 홍보하기 위해 연신 일본어로 떠드는 상인, 서툰 일본어이지만 쉴새없이 정겹게 던지는 말로 흥에 겨운 일본인 관광객들..

  모처럼 인사동 거리를 걷노라니 활기가 느껴진다.

 

 

  종로 경찰서 사거리에서 운현궁 방향으로 인사동 거리를 5분여 걸어내려오니 북스 갤러리가 나온다. 북스 갤러리에 작은 공간에서  정치인들의 인물포스터 같은 사진이 하얀 벽에 저마다 친근한 포즈로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전시를 처음 딱 본 순간 든 이미지는 '선거 벽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사진의 모습도 그렇고 각기 걸린 모습도 그렇고..

  그렇지않아도 이번 전시에서도 내년 19대 총선과 대선까지 염두하고 그간 작가가 찍어온 정치인을 선정하여 전시하고 있다는 초대장을 보니 내 생각이 틀리진 않았다.

  저번 이사회에서 처음 이사장님을 뵈었었다. 전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이사장님.. 이사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정치인이 극도로 비판되고 있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국민들의 냉소에 이르게 된 것은 시민운동가를 차처했던 시민운동권의 맹렬한 청치 비판과 무위론을 펴면서 정치와 국민이 소통하고 만나야하는데 극단으로 처해진 이 현실.. 욕을 해도 정치를 멀리하면 안되는 것인데.."

  이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생각이 그르진 않고 이해는 가나 그래도 왠지 부정적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 이토록 불신이 팽배한 우리 현실에 있는 것인지..

  무거운 선입견을 가지고 본 전시회는 왠지 머쩍고 기분이 그랬다. 그래도 간혹 의외의 정치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에 눈이 간다. 어수룩한 미소에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한 김영춘 전 의원님, 아들, 딸, 아내와 함께 웃으며 가족사진을 찍은 고 노무현 대통령, 의외의 단단한 체구로 팔 근력을 뽐내고 있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 꼬마들 사이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서울 생활이 시작된지 오늘까지 꼭 한 달이다. 한적한 시골 섬마을에서 보냈던 1년 이후, 요즘 북적거리는 도시의 모습과 활력에 기운을 받는다.

  "아직은 유유자적 한가로이 살기에는 내가 너무 젊구나"

  생각이 든다.

  "넌 시골에서 사는 모습이 안 느껴져"

라고 친구가 그랬는데 나의 이런 느낌을 알았던 것일까? 외모는 그리 도시적이 아닌데..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한복 입고 양복 외투를 걸친 느낌이다.

  오늘 이 한가로움이 더 꿀맛같은 것은 근무시간을 일찍 마치고 찾은 여유라서 더더욱 그렇다.  

 

 

 

 

 

 

  작은 전시관이라 금새 전시를 본 후 이사님이 고창수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가려는 데

  "난 또 누구시라고 모르는 사람이 대뜸와서 사진을 찍어대고 이걸 어떻게 혼내나 싶었는데 제정구기념사업회에서 같이 오셨구려"

  깜짝놀랐다. 별다른 공지가 없어서 편하게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상당히 결례가 되는 모양이다. 순간 가슴 조렸다..

  예전 "박노해 시인 사진전은 상관이 없었는데.." 저마다 다 똑같을 순 없을테다. 오늘 좋은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