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샘의 역사나들이(답사)

우리땅 밟기 순천

달이선생 2023. 9. 5. 20:28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하고 하고 하는 속에 깨닫는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사는 곳을 걸어가다 보면 미처 알지 못하였으나 알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고 보면서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옛 선인들이 먼 길을 나서게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늦깎이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어 순천과 광주로 길을 잡았다. 순천만 습지를 통한 환경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광주는 처참한 1980년 5월의 사건으로 어쩔 수 없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민주적 가치로 중요하다.

그래서 떠난다. 순천으로 광주로

 

순천에는 산속 깊은 곳에 유명한 사찰이 있다. 고려 때 이름 높은 선종의 대 사찰 송광사가 있고 선종 태고종의 본산 선암사가 있다. 모두 순천 조계산에 자리한다. 특히 선암사는 자장율사와 도선선사를 지주로 삼는 오랜 사찰로 산수가 수려하고 갖가지 자연적 경관과 인공적 경관이 어우러져 산사의 훌륭한 모범이 되고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선생님도 한국의 산 속 사찰로 제일로 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일주문에 올린 선암사의 이름처럼 원칙은 있지만 원칙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 드는 곳, 이 선암사는 차의 본향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정조와 그 아들 순조 탄생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해미, 고창과 함께 3대 읍성인 낙안읍성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삶의 공간이다. 조선 후기 명장 임경업 장군이 군수로 머물렀던 자취가 있고 그 외에도 눈이 가는 것은 객사이나 객사 규모는 작고 오래 보존된 곳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에 반해 성곽과 어우러진 읍성의 모습은 옛인들이 모습을 떠올리기에 좋은 공간이지만 글쎄 이곳을 꼭 방문하시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역사가 있고 문화의 장이나 내용이 없고 이야기가 없다. 빛좋은 개살구가 낙안읍성이 아닐까

전라도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지도 있고 우리나라 최대의 내만 습지도 있다. 새만금과 순천만 습지이다.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나다. 전라도의 숙원 사업으로 전라도의 발전이라는 미래의 청사진을 가지고 시작된 새만금은 지금까지도 그 명분은 온데 간데없이 최근 세계 잼버리 개최 등으로 몸살만 앓고 있다. 반면에 순천만 습지는 간척을 반대하고 지킨 덕분에 생태환경의 중심지로서 우뚝 선지 오래다. 광활한 습지는 그대로도 훌륭한 자원이고 그 자원 덕분에 순천만에는 세계정원박람회가 해마다 열린다. 이러한 풍성한 유산들은 한반도 벽지에 불과한 순천을 사람들이 모이고 살아가는 터전이 되고 있다. 용산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비경이 선하다. 순천만을 감싼 봉화산과 우뚝 솟은 늠름한 첨산, 그리고 우리가 머문 습지가 마을은 한 폭의 광활한 대작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통에 끈적끈적했지만 내리 쬐는 강렬한 볕을 피한 것으로 족하다.

오래된 곳에는 으레 읍성이 있었거나 읍성의 자취가 있다. 순천도 그렇다. 수려했던 읍성은 1930년대 일제와 순응한 지역민에 의해 철저히 자취를 감추었다. 전국을 다니다 보면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도시재생이 한창이라 이를 문화적 가치(순천문화재단)로 풀어간다. ‘순천부 읍성 남문터 광장’이 그것이다. 아직은 모르겠으나 순천 ‘팔마비’ 사적(청백리 승평부사 최석)과 함께 어떻게 풀어가는지 더 지켜봐야겠다. 이런 문화의 현장에는 순천문화원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지방문화원에 적을 두었던 적이 있던 나조차도 문화원을 잊고 있다. 안 찾는다. 이처럼 지역에 오랜세월 문화를 일구고 중심이었던 문화원은 없다. 있지만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나라 기독교의 역사는 1784년 이승훈이 영세를 받은 이래로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때 가톨릭과 다르게 개신교는 문명 개화의 의인으로 등장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너무나 다른 시작이었다. 순천은 이러한 선교사들이 뿌리내리고 지역과 함께하는 곳이다. 그러한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매산등 성지순례길과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이다. 특히 많은 선교사 가문 중 린튼가는 한국 성 ‘인’씨로 하여 오늘날까지도 한국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인요한 교수가 알려져 있다.

자연에 스며들어 청연한 선암사로 시작된 길이 순천을 떠나며 들른 곳이 담양 소쇄원이다. 정암 조광조와 기묘사림 양산보의 이야기는 몰라도 대나무숲과 시원 차게 떨어지는 계곡 물사위, 그리고 작은 정자들이 어우러진 풍광은 세속에 쪄든 우리를 알게 한다. 자연이 주는 평안함과 쉼, 그리고 사색을 말이다. 물이 많고 물소리 좋은 선암사에서 못 담고 소쇄원에서 계곡 물소리를 담는다.

2023.8.28~31.

조선 왕실과의 관계가 느껴지는 하마비

일주문 앞 자생하는 차밭

일반적인 편액과 다른 '조계산선암사' 현판

사자형 계단 소맷돌. 대웅전 소맷돌과 대비된다.

마음 심()자로 법고를 치며 중생을 구제한다.

회임에 영험한 관세음보살 대복전 대복전 편액은 정조의 뜻을 받들어 고승들이 100치성을 드리고 순조가 탄생하여 순조가 즉위하고 내린 것이다. 현판 오른쪽 어제라고 명문되었다. 어제는 임금이 지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