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샘의 역사나들이(답사)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럴갤러리 명화전

달이선생 2023. 10. 4. 19:22

영국 내셔럴갤러리 내한 전시

2023. 9. 26. (화).

 

  격조 높은 예술 작품을 대할 때, 그에 상응하는 내적 수준이 되지 않으면, "대장경도 빨레판이다"라는 말이 천번 맞다. 미술작품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그래서 좋은 그림이고 대단한 그림인 줄 알지만 그에 대한 감상이나 정보는 아래 국립중앙박물관 선생님의 글로 대신한다.

  대단한 작품들을 엷게 배운 지식으로 역사적인 내용과 사실을 찾아가며 둘러 보았다. 전시 역시도 중세-르네상스-대항해-번영과 그랜드투어 등 계몽시대를 거쳐 만개한 인상주의 화폭을 끝으로 거장들의 작품을 천천히 눈으로 본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은 바로 내년인 2024년, 개관 200주년을 앞둔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주요 소장품을 국내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제어는 ‘사람’으로, 라파엘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컨스터블, 반 고흐, 모네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중세 이후 500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과정을 보여준다.전시의 기획자로서 ‘사람’이라는 주제와 함께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미술이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 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개최되었던 ‘한 점 전시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전시를 공동주최한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공통점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기관으로서 ‘국민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방향을 향해가는 두 기관의 이야기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게 닮아있다.18세기 영국에서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하고 1768년 왕립미술원이 설립되면서 유럽 대륙의 미술품이 활발히 수집되었다. 당시 영국 수집가들에게 인기 있던 작품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유럽 거장들의 작품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에 이은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1769-1821)의 등장으로 유럽 대륙이 혼란에 빠지면서 최고의 미술품 컬렉션들이 싼값에 미술 시장에 흘러나오고, 18세기 말~19세기 초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안정되어 있던 영국은 미술품 수집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더욱이 당시 유럽에 확산된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미술을 통해 대중을 교육하기 위한 공공 전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유럽 각국에서 공공 미술관들이 설립되었다.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793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개관은영국에서 공공 미술관 설립 움직임을 가속시켰고, 영국 내셔널갤러리는 1824년 왕실이나 귀족만이 아닌 영국 국민 모두를 위한 미술관(Gallery for All)을 주창하며 문을 열었다. 사실 내셔널갤러리는 영국 국회가 은행가이자 수집가인 존 앵거스테인John Julius Angerstein(1735-1823)의 소장품 38점을 구입하면서 팔 몰 100번지에 있던 그의 작은 집을 빌려 다른 유럽 국가의 국립미술관에 비해 늦고 초라하게 시작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의 주요 공공미술관은 거의 왕실 소장품을 국유화하거나 기증받아 기존 왕궁에 전시한 반면, 영국은 왕과 귀족이 여전히 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소장품을 강제로 공공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내셔널갤러리의 첫 시작을 함께 한 38점의 그림 중 2점이 이번 전시에 전시되었는데, 다미아노 마차의 <겁탈당한 가니메데>와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이 바로 그 작품들이다.도1, 2 이렇게 문을 연 내셔널갤러리는 그 이름처럼 ‘국민을 위한 미술관’으로 운영되었다. 내셔널갤러리는 1838년에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오늘날 미술관 건물로 이사했는데, 당시 트라팔가 광장은 부자들은 마차를 타고 서쪽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동쪽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있어 모든 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였다. 모든 계층이 쉽게 올 수 있는 위치,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의 입장 허가, 입장료 무료 등은 미술관을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게 했다. 또한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을 중시해서, 학생들이 작품을 모사할 수 있게 했다.
도1. 다미아노 마차, <겁탈당한 가니메데>1575년경, 캔버스에 유화, 177.2 × 188.7cm
도2. 클로드 로랭 <성聖 우르술라의 출항>1641, 캔버스에 유화, 112.9 × 149cm
특히 내셔널갤러리의 공공 미술관적 성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개최한 ‘한 점 전시회’를 통해 잘 드러난다. 독일 나치의 영국 침공이 가까워지면서 내셔널갤러리의 모든 작품은 시골 광산에 마련된 수장고로 옮겨지고도3, 텅 빈 미술관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음악회를 찾은 사람들은 그림이 없는 미술관에서 허전함을 느끼고, “단 몇 점이라도 좋으니 전쟁 중에도 그림을 전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내셔널갤러리는 박물관에 폭탄이 떨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작품이 숨겨진 시골 광산에서 매달 한 점의 작품을 가져와 전시하였고,도4, 5 단 한 점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하루 수천 명의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았다.어려운 상황에서도 예술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했던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왔고, 국민 모두를 위해 국립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예술이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와 즐거움을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설립과 한 점 전시회에 대한 영상을 제작하여 전시실에 상영하였고, 지금도 많은 관람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
도3. 시골 광산으로 옮겨지는 작품들 ⓒBRB(Residuary) Ltd.
도4. 폭격에 파괴된 내셔널갤러리 전시실
도5. 내셔널갤러리 ‘한 점 전시회’ 모습
이번 전시에는 2차 세계대전 때 한 점 전시회에서 전시되었던 작품이 무려 3점이나 전시되고 있는데,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 폴라이우올로의 <아폴로와 다프네>, 렘브란트의 <63세의 자화상>이 바로 그것이다.도2, 6, 7전쟁 중에 개최된 영국 내셔널갤러리의 ‘한 점 전시회’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 국립박물관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국립박물관은 1945년 광복을 맞이하면서 일제가 만들었던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접수하면서 출발하였다. 당시 국립박물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을 위해 전시와 교육을 계속하였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46년 광복 후 직접 발굴한 중요한 문화재를 전시하는 특별전을 개최했으며, 1949년부터 학교 교사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 강연회를 추진하였을 정도이다.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직후의 상황이다. 1950년 9월 북한군은 전쟁에서 불리해지자 박물관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북으로 옮기고자 포장 작업을 지시했지만, 국립박물관 직원들은 이를 고의로 지연시키며 문화재가 박물관을 떠나는 것을 막았다. 이렇게 지킨 문화재는 박물관에 남아 그해 12월부터 1951년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전쟁을 피해 비밀리에 한반도 남쪽 부산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1953년 7월 정전 협정이 일어나기 전, 급박한 전쟁 중부산에 자리 잡은 국립박물관은 전시 공간을 마련하여 특별전을 개최하였다. 부산 광복동 창고 일부를 개조하여 개최한 <제1회 현대미술작가전>(1953.5.16.~5.25.)과 부산 관재청 창고에서 열린 <이조회화전>(1953.6.15.~6.24.)이 바로 전쟁 중 개최된 특별전이다.국립중앙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의 이야기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국립박물관·미술관의 역할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예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박물관의 전시는 관람객 모두를 위한 것이며, 그 공간은 누구나 편하게 들러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는 한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미술관으로서 이번 전시를 함께 개최한 두 기관이 추구하는 공통된 가치이기도 하다.
도6. 폴라이우올로, <아폴로와 다프네>470~80년경 목판에 유화, 29.5 × 20cm
도7. 렘브란트 판 레인, <63세의 자화상>1641, 캔버스에 유화, 112.9 × 149cm

 
참고 :  박물관의 시간-박물관 수첩
모두를 위한 공간, 국립중앙박물관과 영국 내셔널갤러리글 | 선유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학예연구사

https://webzine.museum.go.kr/sub.html?amIdx=16193

 

박물관신문 | 국립중앙박물관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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