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이야기

감마교육과 명동나들이

달이선생 2011. 5. 4. 17:12

 

 

  명동 한복판에 막닥드린 전율..

 

  명동성당을 처음 보는 내 느낌이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는 가운데 달이 차오르며  하늘 빛이 십자가가 겹치고 예수상 뒤의 후광의 하늘 빛이 빛나는 빛의 전율이었다.

 

 

  명동을 찾은 것은 한국감마연구소 주최로 기본과정 비영리조직마케팅 연수를 위해서 였다.

  명동성당은 명동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현란한 네온사인의 간판과 세속을 벗어난 영적 자유를 말하는 교회의 첨탑이 오늘 우리의 시대가 어떤 시대라는 것인지 말해주듯 강렬한 인상이다.

  처음부터 교회는 세속이었던 것인가? 세속을 벗어난 영성은 있을 수 없을까? 모순을 생각하고 모순된 시대 모순을 말하는 것이 조금은 우습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당이 도시의 거리와 어쩐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서로가 서로를 등지고 살 수 없는 처지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강한 이미지를 드러내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명동성당은 한국근현대사와 함께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얼마 전 선종하신 김수한 추기경께서 한국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었던 것처럼 명동성당의 태어남과 성당의 처음 주교였던 뮈텔(한국 이름 민덕효) 신부의 자취..

  뮈텔은 조선교구의 처음 수장이 되고나서 천주교 교세의 안정적 확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다. 본 블로그의 주저리주저리 역사이야기의  '만주에 산화한 안중근'에 보면 뮈텔 주교의 행적을 알 수 있다. 

  뮈텔은 천주교를 위해서 약소민족인 우리를 외면하고 철저하게 일본제국주의에 협조한 사람이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일제의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자 그 파국을 염려한 뮈텔은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이토 사살을 단순한 살인으로 몰아 안의사를 파문을 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역사에서 역사의 지게가 되는 역할 지워지게 될 때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한다. 무엇이든 선택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선택은 다시는 돌릴 수 없는 한순간의 사건이고 영원한 사건이 된다. 뮈텔은 서양인으로서 천주교 교세만 신경썼고 천주교 신앙아래 함께하였던 조선 민중은 철저히 외면하였다. 그 결과 천주교는 우리 민족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서양과 만나는 동서문명의 만남에 시작이었지만 이후 개신교에게 그 자리를 너무도 많이 잃게 되었다. 당연한 순리다.

  그랬던 천주교가 당당히 사회변혁의 목소리에 시대의 양심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일어서게 된다. 바로 김수한 추기경의 한국천주교에 만남이다. 김수한 추기경의 행적은 너무도 유명하여 더 언급은 하지않겠다. 다만 역사에서 민중과 사회의 요구에 외면한 종교의 운명과 다시금 그 운동에 동참하여 민중과 함께할 때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말해준다고 하겠다.

  추기경이 선종하시고 수많은 행렬이 이 명동거리에 길게 몇날 며칠을 늘어설 수 있었던 것, 그건 민중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민중을 위한 신앙, 민중과 함께하는 것.. 낮은 곳에 임하라는 그니의 말씀처럼 쉬운 일은 아닐게다. 그러나 세상에는 가치있는 일이 결코 쉬운데 있지 않지 않을까?  

 

  서양 교회 건축 중 중세의 고딕양식으로 지은 명동성당, 서구의 문화가 들어오고 조선이 개화되면서 서양식 건물들이 곳곳에 세워졌을 때 그 근대화의 상징으로 우뚝 솟았던 것이 명동성당이다. 조선의 지배층인 왕이 머무는 덕수궁 석조전이 베르사유궁전을 모방하여 지어져 그 화려함에 자축할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주님 앞에 양이 될 수 있었던 성당이야말로 민중의 친숙한 서양의 건축물이고 서양의 얼굴이었다.

  서울 곳곳에 근대식 건축물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그 건축물의 당대 의미를 알아보고 오늘 그 모습을 보면서 가지는 여러 생각들은 서울 나들이를 더욱 풍족하게 할 것이다.

 

 

  한국천주교 전진관교육관, 이곳에서 감마교육을 받았다. 숙식을 함께했는데 음식은 간결하고 소박하며 침실은 정결하고 간소했다. 심신의 혼란을 가진 사람이 도심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내방 창을 내다보면 명동성당 첨탑이 보인다. 머리맡에서 올려다 보는 명동성당의 모습은 믿음 없는 사람에 신실한 신앙이 깃들게 할 수 있을지 모를 신성함에.. 너무도 의미심장하다.

 

 

    재활이나 사회복지관 등 비영리단체 여러 활동가를 모시고 하는 조직 마케팅 연수는 참 훈훈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 거 같다. 이 사람들은 늘 그 안에서 많은 내적 갈등에 힘들어 하는 것은 일반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비영리에 종사하는 분들은 그들의 소신과 가치 추구를 우선하기 때문에 그 고통의 크기는 더 아프다..

  사회라는 틀에 개인보다는 사회의 공공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늘 열정과 변화, 그리고 자신의 혁신을 추구했다. 그런 점에서 감마의 교육은 새로울 것도 없고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직과 사회를 보는 것을 물질의 입장이 아닌 사람에 입장에서 조직을 이야기하고 그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우리의 마음에 우리의 행동에 다시금 "우리는 잘 하고 있어"라고 용기를 주고 내 생각과 일을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인간중심조직론, 인간중심마케팅.. 어찌보면 인간이기에 인간이 중심되는 생각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사는 시대는 아직도 인간이 중심되지 못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중심이 아니니 중심! 중심! 외치는 것이 아닐까?

 

 

  첫 시간, 첫 만남 각자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와 목표,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방법은 다양한 색지와 색연필로 표현하는 나 자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품성,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간단한 명사로.. 장문의 글로.. 세상에는 정말 같은 사람은 없다. 저마다 같은 틀에서 다양한 것을 만들고 있으니..

  나도 달이선생, 달이라는 별명을 달과 다리의 그림을 그려 표현해 봤다. 참 그림 솜씨가 없어 너무 서툴다..

 

  명동에서의 1박2일.. 호텔이 아닌 천주교 피정 공간에서의 숙박.. 그리고 교육, 재밌는 교육이고 즐거운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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