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샘의 역사나들이(답사)

향남복합문화센터 포스트모던 요괴연대기

달이선생 2025. 12. 1. 14:33

또 비변사의 말로 아뢰기를,

“사람이 죽으면 태허(太虛)로 돌아감이 이치상 당연하지만 혹 원통한 기운이 뭉쳐 흩어지지 못하고 모양과 소리에 기대어 세간의 요괴가 되는 경우도 때때로 있습니다. 선유가 말한, ‘백유(伯有)가 죽어 여귀(厲鬼)가 되었다.’는 것은 보통과 다른 형태로 행해진 도리(道理)로서 이 역시 반드시 본 바가 있어서 말한 것입니다. 일찍이 조종조 때에 극성(棘城)의 전쟁터에서 요괴가 나타나 문종(文宗)이 친히 제문을 지은 바 있고, 그 뒤에 또 정사룡(鄭士龍)이 지은 바가 있습니다. 이로써 보건대, 극성의 요괴가 여러 차례 나타났고 조종께서 원혼을 불쌍히 여기는 은전도 지극하였습니다.

금년의 변란에는 전사한 자가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만 특히 험천(險川)과 쌍령(雙嶺) 두 곳에 덮어 주지 못한 해골이 많은데도 향사(饗祀)를 미처 행하지 못하여 충혼(忠魂), 원백(冤魄)이 의탁할 바가 없는 상황이니, 그 정상을 생각하면 진실로 측은합니다. 술과 음식으로 제물을 마련하고 특별히 제문을 갖춘 다음 근신을 차견하여 특별히 제사를 지내 나랏일로 죽은 귀신들을 위로하는 일은 오늘날에 그만둘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므로 감히 아룁니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전교하였다.(又以備邊司言啓曰, 人死則返於太虛, 理之常也, 而或冤氣鬱結, 不得解散, 憑於形聲, 作妖世間者, 亦時有之。先儒所稱伯有爲厲, 是別種行道理者, 亦必有見而言之也。曾在祖宗朝, 棘城戰場有鬼妖, 文宗親製祭文, 其後又有鄭士龍所製。以此見之, 棘城之妖, 蓋屢發, 而祖宗矜恤冤魂之典亦至矣。今年之變, 戰亡者何限, 而險川·雙嶺兩處, 尤多骸骨不掩, 饗祀不及, 忠魂冤魄, 靡所依托, 念其情狀, 誠可憐惻。奠備酒食, 另具祭文, 差遣近臣, 別爲賜祭, 以慰死事之鬼, 似是今日之所不可廢。故敢啓。傳曰, 依啓。)

승정원일기 인조 15년 정축(1637) 8월 23일(무오) 맑음

제물과 제문을 갖추어 변란에 전사한 자들을 위로할 것을 청하는 비변사의 계

(險川 등의 忠魂冤魄을 위로하기 위해 酒食을 갖추고 祭文을 지어서 近臣을 보내 賜祭하겠다는 備邊司의 계)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 보여지는 일본 요괴 오니가 만들어지는 이치를 담고 있는 조선왕조 기록이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경우를 요괴라고 하기 보다는 원혼이나 귀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을 품은 귀신으로 처녀귀신이 유명하다. 우리 설화 장화홍련전이다. 요괴로서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해하고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꼈던 요괴는 통일신라 때 화랑 처용랑과 관련한 역신이 대표적이고 조선 중종 때 물괴가 널리 알려진 것이다. 처용랑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전해졌다. 민간에서는 처용의 춤이 역신을 쫓는데 영험이 있다고 하여 처용무가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처용무를 잘 추고 즐긴 이가 연산군이다.

물괴는 김명민 배우를 주연으로 영화화(2018)된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적인 요괴로 알려져 있다.

홍문관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삼가 살피건대 근일 궐내에서 숙직하던 군사가 괴물이 있다는 헛소리를 전하자, 한 사람이 부르면 백 사람이 부동하듯이 휩쓸렸습니다. 그래서 심한 자는 놀래 나자빠지기도 하는 등 와언(訛言)이 마구 전파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는 것은 괴이할 것이 없지만, 유식한 자들 또한 덩달아 날조하여 요설(妖說)을 부연(敷衍), 혹은 형적이 있다고도 하고 혹은 소리와 냄새가 났다고도 하니, 근거 없는 괴설(怪說)이 어쩌면 이렇게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가령 그런 요괴가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려(邪戾)한 기운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사려한 기운이 형상을 이루어 사람을 경동시키게 할 수 있겠습니까? 슬기로운 이는 미혹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진실로 사실을 밝혀 진정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데 지금 위에서 먼저 경동하니 아랫사람의 경황(驚惶)이 이 때문에 더욱 심하여져서 아무리 엄한 법으로 금지해도 진정시킬 수가 없습니다. 당초에 군정(軍政)을 통솔하는 자가 와언 지어 낸 자를 적발하여 다스려 허망(虛妄)함을 종식시켰어야 할 것인데, 이를 문자로 써서 허망한 것을 진실이라 하여 여러 사람의 의심을 불러 일으켰고 후설(喉舌)의 소임을 맡은 자도 의혹을 면치 못하여 즉시 국문하기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도 떠들썩하여 도성 안이 진동했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바람 소리와 개짖음도 모두 물괴(物怪)가 되는 것입니다. 방책(方策)을 고증하여 보더라도 괴이한 일이 이렇게 극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시석(矢石)이 빗발쳐도 군용(軍容)은 스스로 정돈되는 것인데, 한 군사가 지른 헛소리에 숙위(宿衛)가 모두 경동하였으니, 군율이 엄숙치 못함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전일 헛말 한 자를 철저히 다스리지 않으면 신들은 사특한 말이 날마다 불어나서 끝내는 구원할 수 없게 될까 저어스럽습니다. 이어하신 곳에서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전하께서는 어떻게 조처하시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허망한 말이 근거 없음을 살피고 인정은 경동하기 쉬움을 염려하시어, 처음 말을 낸 자를 통렬히 다스리소서. 그래야 인심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차자의 내용이 지당하다. 그러나 이피는 이미 결정하였으니 중지할 수 없다.“

(弘文館上箚曰 伏見, 近日闕內直宿軍士, 虛傳物怪, 一人唱之, 百人同聲。 甚者, 驚惑顚仆, 訛言騰播。 愚民之惑, 無足怪, 有識亦爲搆造, 敷衍妖說, 或云有形跡; 或云有聲臭, 不根怪說, 安有如此之甚也? 假有是物, 不過邪戾之氣耳。 邪戾之氣, 其爲形狀動人耶? 明智之所不惑, 固當明以燭之; 靜以鎭之。 今自上先動, 在下驚惶, 因是滋起, 縱有峻法以禁之, 未可定也。 其初, 統軍政者, 摘治造訛, 以熄虛妄, 筆諸文字, 假妄爲眞, 鼓動群疑, 司喉舌者, 未免信惑, 不卽請鞫。 昨夜煽譟, 都下震驚, 風聲、犬吠, 皆爲怪物。 考諸方策, 未有怪事如是甚焉。 矢石交下, 軍容自整, 一卒虛叫, 宿衛皆驚, 軍律不嚴, 可勝言哉? 前日搆虛者, 若不深治則臣等恐邪說日滋, 終不可救。 移御之所, 復有如此事, 不知殿下, 何以處置? 伏願殿下, 察誕妄之無憑; 慮群情之易躁, 痛治始俑, 克靜人心。

傳曰: "箚意至當。 但移避已定, 不可止也。")

중종실록59권, 중종 22년(1527) 6월 25일 경오 4번째기사

홍문관이 궐내의 요괴한 일로 이피하는 일의 부당함을 차자로 올리다

아울러 한류로서 세계인에게도 알려진 요괴는 아니지만 요괴와 같은 이야기로 멋진 드라마화 한 이야기 ‘도깨비(2016, 김은숙 작가, 공유, 김고은 주연)’도 있다. 데몬헌터스의 사자보이즈는 떠올리게 하는 저승사자(명사)도 유독 눈에 들어온다. 내 고향 화성에서는 신이면서 요괴로 이야기되는 ‘마고 할미’가 유명하다. 지역의 명산이자 승지인 쌍봉산과 남산에 깃든 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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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괴의 명산 남산

쌍부현(雙阜縣)은 삼괴고장의 옛 속현의 이름이고 가장 오래된 지명이다. 삼괴(三槐)는 경기도 화성시 장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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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들이 어리니 요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린시절 둘리, 하니, 매칸터V, 스머프, 빨강머리앤 등 만화영화로 자랐는데 우리 아해는 ‘신비아파트’라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와 귀신, 요괴 따위를 주제로 한 애니에 관심이 많다. 그런 차에 화성시 향남 2지구(상신리)에 향남복합문화센터가 개관하면서 ‘포스트모던 요괴연대기’라는 2025 밖에서 만난 예술 사업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어 한달음에 찾았다. 이미 전시는 10월 28일 시작되었는데 소식을 늦게 접하다보니 종료를 앞두고 찾은 길이 되었다.

아해들이 신비아파트를 통해 얼마나 많은 학습이 되었는지 “아빠 저거 장산범이에요”라고 일러준다. “어떻게 알았니”했더니 “신비아파트요”라고 이 요괴, 저 요괴를 찾아 일러준다. 생소해선지 장산범 말고는 입에 붙지 않아 머리 속에 남지 않았다. 다만 역사를 업을 하다보니 처용과 역신을 쉽게 찾았다.

 

전시에서 만난 살아있는 요괴. 흔들림에 따라 눈의 초점이 반응한다

 

요괴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전통적인 민속과 문학에서 자주 등장해온 수많은 초자연적이고 상상적 존재들로 자연현상이나 동식물, 사물이 인간의 공포심, 욕망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삼국유사』, 『신라수이전』, 『용재총화』, 『어우야담』, 『천예록』, 『동야휘집』, 『성호사설』, 『경도잡지』, 『연려실기술』과 같은 고전문헌과 설화(신화, 전설, 민담)를 통해 전해져 오는 한국 요괴들은 위험하고 공격적인 존재로 인간을 두렵게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의 고정성을 깨트리는 변혁적인 에너지의 역할을 하거나, 인간에게 교훈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1세기에도 연전히 고전적인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예술적 시도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환경 변화와 함께 새로운 요괴들이 끊임없이 창작되고 있다.

‘포스트모던 요괴 연대기’에는 SINA, 나오미, 오제어전, 우자이, 이강훈, 이정은, 전수경, 정다혜, 정민기, 정우원, 최수인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 전시는 각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적 관심이 고전문헌과 설화 속에 등장하는 요괴적 서사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롭게 탄생한 다양한 요괴들을 소개한다.

글.기획 이지영. 플랫폼에이(포스트모던 요괴 연대기 브로셔)

해상명부도 속 용
데몬헌터스 사자보이즈의 모티브가 된 저승사자(명사)
역신(처용)

처용랑 망해사(處容郞 望海寺)

제49대 헌강대왕(憲康大王) 때는 경사(京師)에서 해내(海內)에 이르기까지 집과 담장이 연이어져 있었으며, 초가집은 하나도 없었다. 풍악과 노래 소리가 길에 끊이지 않았고, 바람과 비는 철마다 순조로웠다.

이때에 대왕이 개운포(開雲浦) 학성(鶴城)의 서남쪽에 있으며, 지금의 울주(蔚州)에 나가 놀다가 바야흐로 돌아가려 했다. 낮에 물가에서 쉬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져 길을 잃게 되었다. 왕은 괴이하게 여겨 좌우에게 물으니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이것은 동해 용의 조화이오니 마땅히 좋은 일을 행하시어 이를 풀어야 될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유사(有司)에게 칙명을 내려 용을 위해 그 근처에 절을 세우도록 했다. 왕령이 내려지자 구름이 개이고 안개가 흩어졌다. 이로 말미암아 개운포라고 이름하였다. 동해의 용은 기뻐하여 이에 일곱 아들을 거느리고 왕 앞에 나타나 왕의 덕을 찬양하여 춤을 추며 풍악을 연주하였다. 그 중 한 아들이 왕의 수레를 따라 서울로 들어와 정사를 도왔는데 이름은 처용(處容)이라 했다.

 

왕이 아름다운 여인을 처용에게 아내로 주어 그의 생각을 잡아두려 했으며 또한 급간의 벼슬을 내렸다. 그 처가 매우 아름다워 역신이 그녀를 흠모해 사람으로 변하여 밤에 그 집에 가서 몰래 함께 잤다. 처용이 밖에서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이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물러났다. 노래는 이렇다.

동경 밝은 달에

밤들어 노니다가

집에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

둘은 내 것이고

둘은 뉘 것인고

본디는 내 것이다마는

앗은 것을 어찌할꼬

 

이때에 역신이 형체를 드러내어 [처용]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제가 공의 아내를 탐내어 지금 그녀를 범했습니다. 공이 이를 보고도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으니 감동하여 아름답게 여기는 바입니다. 맹세코 지금 이후로는 공의 형용(形容)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문에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나라 사람들(國人)이 처용의 형상을 문에 붙여서 사귀를 물리치고 경사를 맞아들이게 되었다.

왕이 서울에 돌아오자 영취산(靈鷲山) 동쪽 기슭의 경치 좋은 곳에 절을 세우고 이름을 망해사(望海寺)라고 했다. 또한 신방사(新房寺)라고도 이름하였으니 곧 용을 위해 세운 것이다.

삼국유사 권 제2 기이(紀異第二) 처용랑 망해사(處容郞 望海寺)

삼국유사 '처용랑 망해사' 원본.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지귀 산발지지 목여거 오래명운 고수여칠 쌍두사목 천구 묘수좌

기남삼인 거치봉발 강철 불가사리 서천객 병화어 역신 대여구릉

출목축비 이죽이병 목요 귀수산

[전시] 일러스트로 그려진 우리나라 요괴(귀신)들

아해들이 알려준 장산범



 

브로셔와 기념품(요괴스티커)

기념품 요괴스티커.

 

수영장과 더불어 도서관이 1,2층에 걸쳐 있는 향남복합문화센터는 크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문화여가선용 시설이다. 특히 1층에 위치한 어린이도서관은 단순히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들었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편히 쉬고 책을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공간을 마련 하였다. 향남의 아이들이 넓고 쾌적한 도서관에서 꿈과 희망이 자라는 배움터이길 바란다.

향남복합문화센터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