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축제의 방향
-시흥시 축제와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Ⅰ. 들어가는 말
지역문화축제는 과거에는 주로 향토축제라고 불리었다. 향토축제는 지역문화의 총화로써 구성되는 한마당 큰 잔치이다. 지역문화의 구심점으로 시골의 전통적, 토속적인 축제는 물론, 한 마을, 도시 등 한 지역에서 거행되는 것을 모두 향토축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문화축제와 같은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역축제나 지역문화축제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역문화축제로 하겠다.
지역문화축제의 가치와 역할은 전통적인 문화요소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생산하면서 지역의 독특한 문화상징을 개발해 지역민에게 새로운 차원의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축제의 외부 참여자들은 축제를 매개체로 특정 지역의 특성을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축제가 지역주민들의 여가 활용에 대한 기회를 가진다. 또한 지역축제를 통해서 지역민의 문화 선택권과 문화향유권이 증대된다. 축제진행의 일정 정도의 결정권을 가지고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면서 지역민에게 지역공동체 의식과 문화공동체라는 의식을 심어주어 지역의 조화와 소통의 매개체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지역문화축제의 유형분류는 축제지향성, 축제운영방식, 축제의 규모, 개최의 목적, 축제의 특성 등 축제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는데 이중 축제의 성격 및 특성 별로 분류하는 방식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축제의 성격 및 특성에 따른 축제 유형은 1. 생태자연축제, 2. 문화예술축제, 3. 전통문화축제, 4. 지역특산물축제, 5. 경연․산업축제로 나눌 수 있다.
지역문화축제의 가치와 순기능은 지역문화의 특성을 살리고 관광산업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역문화축제가 활성화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문화축제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특히 지역문화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서 육성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역문화축제와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현재 시흥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문화축제 현황과 문화행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문화축제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지만 축제와 문화행사의 모호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관광축제의 개념과 기준을 살펴보겠다. 이를 통해 시흥시의 축제들의 유형을 나누고, 축제로서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겠다. 그리고 우리 지역문화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겠다.
Ⅱ. 시흥시 축제 및 문화행사의 현황과 내용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축제의 전개과정은 현대사의 맥락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조선왕조에서 근대적 시민사회로의 자체적인 근대기를 맞지 못하고 일본의 식민지배로 근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일본의 지배에서 해방된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과 결합된 내부의 좌우 및 남북갈등이 3년에 걸친 한국전쟁(1950)을 치른 뒤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전후 격동기를 거치면서 집권한 군부독재정권은 성장 위주의 경제개발과 독재적인 통치로 한국 현대사를 구축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후에야 조금씩 민주적 현대사회의 틀을 갖추어가게 되었다. 이러한 격동적인 근․현대사 전개과정에서 문화적 기반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왜곡되었다. 즉, 일제의 의도적인 전통문화 말살정책, 한국전쟁시기 문화적 자산의 철저한 파괴 과정, 전후 수십 년간의 군부독재하에서의 경제개발 중심의 사회발전정책 추진으로 우리나라 전통문화는 말살되다시피 하였고, 현대적 예술문화 발전의 기반은 매우 부실하게 형성되어 왔다.
축제문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일본의 전통축제 마츠리(祭り)가 수백 년의 전통을 보존․계승하여 현재까지도 각 도시에서 전승되고, 현대적 축제 유형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과 대비하여 우리나라의 전통축제는 현대축제로의 자연스러운 전환 과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국가적인 전통의례나 예술행사, 문화행사는 심각하게 훼손․단절․왜곡되었고, 마을굿이나 민속행사 등 생활과 긴밀하게 연계된 전통적 축제문화도 심각하게 파괴되고 왜곡되어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현대축제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군부독재정권의 도구적 문화정책에 따라 관주도적인 정치성 전시행사로 전형화되었다. 전통축제와 향토축제들이 명목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관 주도적 정치적인 색채가 뚜렷한 전시성 문화행사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전통축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흐름이나 창의적 기획을 기반으로 한 현대축제의 활동근간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었다. 오히려 관이 주도하는 전시성 행사에 지역 주민이 정치적으로 동원됨으로써 강제적이고 수동적인 축제 및 문화행사 흐름을 조성했다. 일례로 문화의 달, 시민의 날 등과 같이 전형적인 문화행사 틀이 규격화되어 10월에 유사한 축제나 문화행사들이 몰리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경기 개최는 대규모 문화이벤트가 전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차원에서 인식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1980년대에는 가속화된 사회경제발전과 정치문화의 변화가 결합되어 전국적으로 현대적인 축제와 문화행사들이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실행 이후 지역단위의 축제 및 문화행사들이 본격적으로 개최되었다. 오랜 기간 진행된 축제문화의 단절과 왜곡 속에서 1980년대 이후부터 비로소 조금씩 현대축제의 실질적인 흐름들이 조성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지역단위에서의 축제문화가 본격화되었다.
시흥시는 1989년에 시로 승격된 현대적 도시로서 역사가 짧은 신흥공업도시이다. 따라서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전통축제문화와 관련한 공동체적인 정서기반이 약하다고 볼 수 있고, 현대축제문화와 관련된 문화적 경험에서도 역사적인 공유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러한 특수한 문화환경 속에서 시흥시의 축제는 1989년 시로 승격된 직후, 시흥군의 금천문화제를 연성문화제로 명칭을 변경하여 새롭게 개최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뿐, 축제와 문화행사가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했다. 통합된 시로서 행정력을 어느 정도 정비해 가는 1990년대 초에 시흥시 예술인들과 예술단체들의 활동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물왕예술제와 청소년들의 예술활동을 격려하기위한 청소년종합예술제가 개최(1993)되기 시작했다. 예술행사나 문화행사도 1989년에서 1990년대 초기까지는 경기도 차원의 각종 경연대회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시흥시 단위의 준비 프로그램으로서 예술행사나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1995년 이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연성문화제와 물왕예술제 외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행사나 여러 유형의 문화행사가 늘어나면서 시흥시 독자적인 축제와 문화예술행사의 주체적 역량을 조금씩 확대해 왔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흥시는 축제, 예술행사, 문화행사 각 영역에서 보다 내실을 기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준비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시흥시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축제의 개발 및 문화예술행사의 질적인 향상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시흥시는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고 2006년부터 시흥갯골축제를 개최해 시흥시 대표 축제로 지원육성하고 있다.
Ⅲ. 문화관광축제와 지역문화축제의 기준
시흥시의 축제와 문화제를 전반적으로 볼 때 축제의 본질인 축제성과 자발성이 많이 부족하고 축제와 문화제 그리고 기타 일반 행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전체적으로 사업 예산(부족)에 비해 사업 대상층이 너무 넓게 설정되어 있어 백화점식 구성이 일반적이며, 이는 프로그램 자체의 충실도가 낮아지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단 며칠의 집중형(축제식)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홍보 효과에 집중해야 하는 리스크가 추가되어 행사의 실질적인 소비도달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강해진다.
1. 문화관광축제의 개념
‘문화관광축제’는 전국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지역문화축제 중에서 관광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축제를 문체부가 인증하는 관광브랜드다. 정부는 1996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전국의 지역문화축제 중에서 외래관광객 유인력이 크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한 후 대내외에 홍보하고 일부 재정지원도 해주고 있다. 즉, 지역문화에 바탕을 둔 축제 중에서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축제를 선별하여 문화관광축제로 명명한 다음, 지역의 상징적 문화콘텐츠를 찾아 이를 축제에 연계시키도록 지도함으로써 해당 축제의 고유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역경제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도록 정책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문화관광부, 2006)
문체부는 2015년부터 문화관광축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표·최우수·우수축제의 지원기간 한도(일몰제)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유망축제는 일몰제를 폐지해 자유롭게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2016년 선정 시부터는 현장평가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고 두 차례의 선정심사를 거치는 등 선정에 있어 공정성을 강화하였다.
또한 2016년 ‘문화관광축제’에 대해서는 등급별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차등하여 직접 지원(총 60억 원)하고, 아울러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홍보·마케팅 등 간접 지원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문화관광축제’의 대표축제로 졸업한 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진주남강유등축제는 2016년에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Ⅳ. 지역문화축제의 방향
문화관광축제의 기준을 통해 시흥시의 축제들을 살펴보았다. <표5>의 기준이 모든 축제를 가늠하는 기준일 수 없으나 앞으로 우리 시흥시의 축제가 어느 부분에서 힘을 모으고 개선해야하는지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시흥시만이 아니라 경기도의 많은 지자체의 축제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개별축제에 대한 진단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시흥시와 경기도 등 우리 지역문화축제의 지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지역문화축제
지역문화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바로 시민 즉, 지역민이다. 지역문화축제는 지역민이 준비하고 그 지역민이 즐기는 축제가 되어야 그 지역을 대표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
지역민의 수동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행정기관이나 특정인(단체 등) 등이 중심이 된 축제는 각기 주체의 특성상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민이 중심이 된 축제는 시민이 주체인 지역중심의 축제이기 때문에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브라질 카니발, 일본 마츠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에서도 문화관광 대표축제로 지정된 김제 지평선축제, 문화관광축제를 졸업하고 연속지원이 결정된 보령 머드축제 등이 지역민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축제로 일군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 경기도는 문화광관축제로 선정된 가평의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이천 쌀문화축제, 안성의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축제(2016 선정) 등도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는,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즐거우면 세계인도 즐거운 축제, 여기에 우리 지역문화축제의 길이 있다.
2. 지역문화축제의 방향
지역문화축제가 단순, 백화점 스타일의 콘텐츠 나열을 탈피하고 지역에서의 좋은 축제로 거듭나는 것은 그 축제를 즐기는 주체인 지역민들의 공감대로 한 근간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축제 기획 전문가인 데이비드 빈더는 “축제에 대해 “축제는 다양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사회 소통의 장이며, 창의성을 높여가는 것이며, 주민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축제는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주민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는 기회’ 그런 의미에서도 지역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 육성하는 것은 지역축제 미래 방향성의 근간이다. 지역축제의 토대는 지역의 풍토와 환경에 맞는 말 그대로의, 지역 정서와 궁합이 적합한 축제문화 콘텐츠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축제가 단순, 백화점 스타일의 콘텐츠 나열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역에서의 좋은 축제는 그것을 즐기는 일차 대상자인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근간으로 한, 지역의 문화자본과 그 문화 환경 바탕 위에 기획되어야 한다.
Ⅴ. 맺는말
지금까지 시흥시의 축제와 기타문화행사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시흥시 축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축제’와 ‘문화행사’ 구분의 모호성을 한국관광연구원에서 제시된 문화관광축제의 기준을 통해서 시흥시의 축제와 일반행사를 구분하였다. 이를 통해 시흥시 주요 축제인 연성문화제, 물왕예술제, 시흥 갯골축제가 축제기준에 많이 부합하지만 소재성, 네트워크, 수용자와의 소통, 재원조달 등,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축제기준에 부합하는 축제의 기획과 추진이 뒤 따라야할 것이다. 이는 여타 경기도의 많은 축제들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따라서 제시된 축제기준에 부합된 축제를 만들어 가야할 구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축제가 지향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우리 축제가 지역을 근간으로 지역문화축제로 기획, 진행되는 만큼 축제의 주요 주체는 시민, 즉 지역민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상호관계로 문화예술인과 정책결정자가 협력하여 지역문화축제를 만들어가는 모형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지역문화축제의 방향성에서 1. 행정편의와 관주도 지양, 2. 정체성과 개성 있는 지역문화축제 창조, 3. 낭비성 짙은 과시적 지역문화축제 탈피, 4.환경파괴와 부실공사의 지역문화축제 근절, 5. 세계인식 없는 독선적 지역문화축제 극복, 6. 미래를 위한 창조와 지속성 강조 등을 통해 우리 지역문화축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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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경기문화재단(경기학연구센터), 경기도문화원연합회, 시흥문화원이 공동 개최한 '지역축제의 현황과 발전 방향 학술회의'(2016. 7. 27.(수) / 시흥시 생명농업기술센터 3층) 에서 발표한 「지역문화축제의 방향-시흥시 축제와 문화행사를 중심으로」논문의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하시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경기학연구센터(http://cfgs.ggcf.kr/) DB
*위 학술회의는 OBS 경인방송에서 녹화 방송되었습니다. 현재 홈페이지에 지난 방송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세요!
TV포럼 경인의 아침 [35회] 방송일 2016-08-13
http://www.obs.co.kr/obsvod/popVod.php?IDX=1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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