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샘의 역사나들이(답사)

SK의 시작 수원 평동 선경직물

달이선생 2025. 5. 25. 11:37

수원시 평동(坪洞)은 벌말, 평리로 불린 곳으로 평평한 대지의 마을이란 뜻이다. 그래서 이곳은 정말 평평하다. 다만 도시 속에 가득 채워진 곳이나 삭막하다는 느낌이 크다. 아무래도 곳곳이 자동차 정비소, 매매단지 등 그 계통 산업이 밀집하다 보니 그런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2000년대 이전에도 느꼈던 감정이다.

이 너른 대지는 원래 논과 밭이 펼쳐진 곳으로 멀리 현재의 수원군공항인 장지동을 지나 황계동을 지나 오산 양산봉, 독산성 아래까지 펼쳐진 황구지천과 서호천 등 여러 하천으로 형성된 평야(충적지)이다. 그래서 정조가 주목한 것은 수원을 조선 제일의 농업신도시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곳에 큰 변화가 왔는데 바로 구한말 철도의 부설로 수원역이 개설되면서 그 배후지로 평동 일대가 개발되게 된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바로 산업혁명의 시작인 방직산업이다. 그리고 공장 주변으로 목화밭이 즐비하였다고 한다.

산업혁명의 꽃은 철도이고 철도가 부설된 배후지에 기간 산업인 방직산업이 육성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1939 조선의 선만주단과 일본의 경도직물이 조선에 합작회사인 선경직물을 설립으로 평동에 자리잡은 '선경직물 수원공장'이다. 이곳에 SK그룹 창업회장 최종건 회장이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나와 입사하였고 이후 8.15해방으로 미군적에 의해 적산 관리인이 지정되어 생산부장을 거쳐 한국전쟁이 휴전되면서 최종건 회장이 귀속재산을 매수하여 오늘의 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수원의 향토기업으로 흔히 SK를 말하지만 이미 향토기업 수준을 벗어난 다국적기업인지 오래다. 캘리포니아 로스앨토스에서 설립된 애플을 캘리포니아 향토기업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경이 수원 평리에서 시작된 것은 이들 집안이 수원사람이기 때문이다. 수원의 토성인 수성 최씨로 래최(來崔)로 불린이들이다. 이들과 동본이조의 원최(原崔)인 수원 최씨(고려 효자 최루백가)도 있다. 화성시 매송면에 위치한 시조 최영규의 후손으로 SK일가는 개령공파 매곡종중이며, 본적은 화성시 팔탄(공향)면 해창리이다. 평리로 이사한 것으로 최종건 회장 아버지 최학배가 부인 이동대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수원으로 옮긴 것으로 이곳에 대성상회를 시작으로 가산을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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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평동 학유당 SK고택

건실하면서 확실하게 산다 수원의 깍쟁이라는 말이 있다. 한양의 번화한 시장통의 상인들을 싸잡아 부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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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불하로 시작한 선경직물은 최종건 회장과 동생 최종현 회장이 굴지의 기업으로 일구고 오늘날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까지 영역을 넓혀 엔비디아 젠슨 황이 주목할 정도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SK가 애향심으로 수원 남긴 것이 많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유산이 바로 선경도서관이다. 어릴적 왜? 선경도서관인가 의문이었는데 선경그룹이 희사한 것이기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다. 당시만 해도 선경하면 플로피디스크의 대명사였다. 현재 개인이 가장 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저장 매체가 수백기가를 웃도는데 2000년대 이전에 플로피디스크는 혁명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보잘 것도 없는 저장 용량이나 이를 통해 게임, 문서 모든 것들을 활용하였던 최첨단 매체의 상징이었다. 이를 만든 곳, 선경직물보다 더 선경을 알린 것이 바로 플로피디스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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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산 성신사 정조대왕동상 선경도서관

수원 팔달산에는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많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곳이 '꿈의 문화유산 화성(책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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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동에는 선경직물 수원공장이 폐쇄되고 현재는 그룹의 대규모 자동차매매단지(수원SKV1)가 들어서며, 일대가 자동차 계통 산업이 즐비하다. 다행히도 선경직물의 옛 정취를 위해 최씨 일가가 정착하여 1977년까지 살았던 고택이 다시 중건되었고, 그 옆에 선경직물 관리동이 제15호 문화공원에 처음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선경의 발자취를 알렸다. 그 뒤 그룹에서 선경직물 본관(수원선경산업관)과 관리동을 복원하여 수원시에 희사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경직물 복원 공간은 수원시에서 무료로 운영관리하고 있어 자유롭게 관람이 되지만 SK고택은 그룹이 직접 운영하고 있어 예약이 필수이다.

수원 일대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인 'ㄱ'자형
15호 문화공원의 최초 선경직물 수원공장 관리동 재현 건물